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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읽은 책

어린왕자

by 무의식 속에 남아 2026. 7. 28.

 


미안하지만...... 양을 한 마리 그려 줘
"아니! 이 양은 벌써 병들었어. 다른 양을 그려 줘"
"잘 봐, 이건 숫양이야. 뿔이 달려 있잖아......"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양을 그렸다. 
하지만 그 그림 역시 이전의 그림들처럼 거절당했다.
"이 양은 너무 나이 들었어.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원해"
나는 인내심을 잃고 대충 긁적거렸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러자 꼬마 심판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야! 양이 먹을 풀이 많이 필요할까?"
"왜?"
"우리 집은 아주 작으니까......"
"분명 충분할 거야. 내가 그려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아이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보았다. 
"그렇게 작지는 않은데...... 봐! 양이 잠들었어......"
 
 
 
 
 
"오늘 밤 ...... 아저씨도 알지...... 오지 마."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난 아픈 것처럼 보일 거야...... 꼭 죽어 가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몰라. 원래 그래. 보러 오지 마. 그럴 필요 없어......"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는 걱적스러운 것 같았다. 
"이런 말을 하는 건...... 뱀 때문이기도 해. 아저씨를 물면 안 되니까. 뱀들은 심술궂어. 장난삼아 물 수도 있어......"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어린 왕자는 뭔가에 안심한 것 같았다. 
"하긴. 두 번째 물 때는 독이 없다고 했으니까......"
그날 밤 나는 어린 왕자가 길을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내가 겨우 따라잡는 데 성공했을 때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단호하게 걷고 있었다. 그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아! 아저씨네."
그러고는 내 팔을 잡았다. 그는 계속 걱정하며 말했다. 
"잘못 선택한 거야. 나를 보는 건 힘든 일일 거야. 난 죽은 것처럼 보일 테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시절이였다. 그때 집에는 여러권의 동화책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읽기에는 좀 두꺼운 책이였다. 종이의 재질도 거의 누런 빛바랜 색이였고, 지금 처럼 컴퓨터 글씨체가 아닌 옛날 타자기로 친듯 한 글씨체여서 책읽기가 그렇게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20대때에도, 30대에도, 40대가 되어서도 한 번씩은 다시 읽었던 것 같다. 어린시절 책표지가 아름다워 읽었다. 그 때 책 표지는 어린 왕자가 화산이 나오는 행성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노을지는 주황과 붉은 색의 채색감이 예쁘게 보였다. 
 
나이 쉰이 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어린왕자의 관점만 기억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읽으니 비행사의 관점으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여우가 자신을 길들여 달라는 얘기, 너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거란 구절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20대, 30대, 40대는 어린왕자와 다른 것들의 사이의 관계가 남녀관계, 사랑 하는 사람들 사이의 철학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번엔 저렇게 양을 그려준 이야기. 그리고 " 꼭 죽어 가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몰라" 라는 부분이 오히려 눈에 들어 왔다. 저런 구절이 있었던가 싶었다. 어린왕자의 결말이 이러했던가... 나이가 들어 다시 읽은 동화에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고 알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은 아니였을지 모른다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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