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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읽은 책

작별하지 않는다

by 무의식 속에 남아 2026. 6. 21.

 


인선과 경하
인선은 제주에 살면서 목공 나무 작업을 하다가 전기톱에 손가락 2개가 잘린다. 
문병온 경하에게 인선은 제주에 있는 앵무새를 돌봐주라며 제주로 가달라고 한다. 폭설이 내리는 제주의 산간마을에 경하는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하지만 새는 이미 죽었다. 다음날 인선이 도착해 어머니와 삼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주 4.3사건 때 끌려가 어디서 죽었을지 모르는 삼촌을 엄마는 소식이라도 유골이라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P43 
병실에서 도로 쪽으로 난 커다란 창 밖으로 성근 눈발이 흩어지고 있었다. 
(성근하다 :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P94
방금 거스러미를 뜯어낸 손 위로, 머리카락과 지우개 가루가 흩어져 있는 장판 바닥 위로.
눈의 아름다움이란 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 세밑의 밤에도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같이(세밑 : 한해의 끝, 연말)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다녔다는 여자애가
 
P109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새들이 조금 먹는 건 위가 정말 작아서 그런 거야. 피도 체액도 아주 조금뿐이어서. 약간만 피를 흘리거나 목이 말라도 생명이 위험해진대.
 
이렇게 동그랗게 눈을 뜨고 우는데, 빛이 없으면 즉시 잠들어버려. 무슨 전극에 연결된 것처럼. 한밤에라도 이걸 걷어주기만 하면 바로 깨어서 울고 말을 해.
 
P144
미송과 삼나무와 호두나무 원목이 언제나 질서 있게 적재돼 있던 곳이다. 작업대 주변 바닥엔 깨끗한 톱밥들이 카스텔라 가루처럼 깔려 있었고, 중략
 
이런 어둠 속에서라면 아마는 잠들었을 거다. 내가 불을 켜야 삐이, 울며 깨어날 거다. 인선이 아침마다 암막 천을 벗길 때 그랬던 것처럼. 앵무새가 원래 이렇게 우느냐고 내가 묻자 인선은 대답했다. 글쎄, 처음부터 이렇게 울었어.
동박새 같은 소린데, 내가 말하자 인선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르지, 밖에서 우는 새한테서 배웠는지.
 
P176
모든 나무들이 불에 탄듯 검은빛을 띠었다. 잎사귀도 가지도 남지 않은 채 재의 기둥들처럼 묵묵히 서서 검은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선지 벌어지지 않는 입속의 압력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왜 가지가 없어, 잎도 없어.
무시무시한 대답이 목구멍 안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죽었잖아.
그 말을 삼키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퍼적이는 새가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오는 통증을 견뎠다. 
다 죽었잖아. 
온다. 
떨어진다. 
날린다. 
흩뿌린다. 
내린다. 
퍼붓는다.
몰아친다. 
쌓인다.
덮는다. 
모두 지운다.
 
P192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P245
아亞 자 문살에 불투명 유리를 끼운 미닫이문의 턱을 넘어 그녀가 방으로 들어간다. 
 
P255
모든 해저 생물체들의 사체가 연니가 되어 떨어져내리는 거였다. 
 
P305
그녀의 뺨에도 이 눈이 녹아 스며드는지, 그녀가 혼이라면 어디까지 나를 데려가려 하는지.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이제 돌아가야겠어, 하고 인선이 뒤이어 중얼거렸을 때 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돌아가고 싶은가, 돌아갈 곳이 있나. 비단이 미끄러져 떨어지듯 인선이 눈 속에 앉은 것은 그때였다. 
돌아가자, 조금만 있다가.
 
P311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324
인선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눈더미 너머에서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사라지지 마.
불이 당겨지면 네 손을 잡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눈을 허물고 기어가 네 얼굴에 쌓인 눈을 닦을 거다. 내 손가락을 이로 갈라 피를 주겠다. 하지만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 뜬 거야. 다시 환부에 바늘이 꽂히는 곳에서. 피와 전류가 함께 흐르는 곳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는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새
2부는 밤
3부는 불꽃이다
 
노벨상을 받은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은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보고 결정 된다는 것에 평가위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묘사와 상황 이해가 비교적 쉽게 되어서 그리고 하나의 장면을 3가지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가 있었지만 그후 읽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조금 읽기가 어려웠다. 5.18민주화 항쟁과 4.3사건을 다루는 내용의 소설을 배경 지식이 없이 번역본을 읽어야 하는 외국인들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두 작품 모두 조금의 어두운 면이 그리고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에 기초한다는 것이 나는 읽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을 읽다 보면 생경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인터넷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다.
첫장에 나와 있는 우듬지라는 것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우듬지: 나무의 꼭대기 줄기 (순 우리말)
 
총 3부로 구성 되어 있으면서 1부는 경하가 주인공이였다가, 2부는 인선이 주인공이였다가, 3부는 인선의 엄마가 주인공의 시점으로 바뀌어 간다.
 
이 소설을 읽고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주어가 없이 [작별하지 않는다]라고 적을 수 있어서, 때에 따라 내가, 그가, 그녀가, 우리가 작별하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영어로는 주어가 없이 만들 수가 없어서 [불가능한 작별]이라는 제목으로 하였다고 했다. 
 
녹지 않는 흰 눈에 대해서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꿈속에 딸아이의 뺨에 내린 눈이 녹지 않는 것을 보고 딸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한다.
 
[작업대 주변 바닥엔 깨끗한 톱밥들이 카스텔라 가루처럼 깔려 있었고, ] 이문장을 읽자 바로 톱밥들이 깔려 있는 작업대 주변이 상상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묘사할까...
 
앵무새의 울음 소리에 대해서도 살면서 생각해 보니 앵무새가 어떻게 우는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사람 목소리 흉내낸다는 생각만 했지, 오리가 태어나서 처음 움직이는 것을 엄마라고 생각해서 따라 다니는 것 처럼, 앵무새도 태어나 처음 듣었던 소리를 자기 목소리인줄 알고 쫓아 하는 것은 아닐까...?
 
[ 반듯이 등을 펴고 심호흡을 한다. 욕지기가 다시 치밀지 않도록 모로 눕는다.] 욕지기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봤다. 인터넷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다. 뜻은 속이 메스꺼워 토하려고 하는 느낌 이다.
 
한강의 [흰]이라는 작품에서도 눈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2부 밤의 첫장 작별하지 않는다 에서도 눈을 표현하는 부분이 흰 에서와 닿는듯 하다. 
 
그리고 눈 내리는 제주를 고생하면 온 경하와 달리 인선이 도착하고 눈을 비비는 그녀의 오른손이 상처 없이 깨끗한 것을 나는 보았다는 대목을 나는 경하가 상상인지, 죽은 인선의 혼령이 온것을 보고 있는 건지...
 
모든 해저 생물체들의 사체가 연니가 되어 떨어져내리는 거였다. 
뜻 : 미세한 해저 생물체의 사체나 껍데기 등이 바다 깊은 바닥에 쌓여서 만들어진 부드럽고 고운 진흙 성분의 퇴적물을 뜻합니다
 
2014년 6월에 이 책의 첫 두 페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칠 년이라고 해야 할지 삼 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한강 작가의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의 말을 적어 놓았는데,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랑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지극한 사랑보다 보내지 못하는 그리움, 지키지 못한 애틋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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