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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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과 나비2026년 읽은 책 2026. 3. 9. 12:21
잠수종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서 나비처럼 나들이 길에 나선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목욕도 내게 절망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 준다. 몸이 욕조 속에 잠기는 감미로운 순간이 지나면, 순식간에 물장구를 칠 수 있었던 지난날에 대한 향수가 엄습한다. 따끈한 차나 한 잔의 위스키, 혹은 감칠맛나는 책이나 수북한 신문더미를 벗삼아 발가락으로 수도꼭지를 조절해 가며 욕조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곤 했었다. 목욕의 즐거움을 상기할 때만큼 현재의 내 상태가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많지 않다. 내 생각을 옮겨 적는 이 기호 체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참을 수' '견딜 수'에 뒤따라 나오는 '없는'이라는 부분을 스스로 알아서 완성시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