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미 읽은 책도 까먹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의식 속에 남아 2025. 11. 21. 07:24

 

 

시장과 도덕

시장지상주의 시대 | 거래 만능 시대 |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1. 새치기

우선 탑승권 | 렉서스 차로  | 대리 줄서기 사업 | 진료 예약권 암거래 | 전담의사제도 | 새치기의 시장논리 | 시장 대 줄서기 | 시장과 부패 | 암표 거래는 무엇이 잘못일까? | 줄서기의 도덕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 보상 | 삶에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 |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 건강 유지를 위한 뇌물 | 왜곡된 인센티브 | 벌금 대 요금 | 검은코뿔소 사냥권 구매 | 바다코끼리 사냥 권리 | 인센티브와 도덕적 혼란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 선물 교환에 반하는 경제적 논리 | 선물의 현금화 | 돈으로 구입한 명예 | 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반박 | 비시장 규범 밀어내기 | 핵 폐기장 | 기부의 날, 그리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 상품화 효과 | 혈액 판매 |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 사랑의 경제화

4. 삶과 죽음의 시장

청소부 보험 | 생명을 담보한 도박, 말기 환금 | 데스풀 | 도덕적 측면에서 본 생명 보험의 간략한 역사 | 테러리즘 선물 시장 | 타인의 생명 | 사망 채권

5. 명명권

사인의 거래 | 경기 이름 | 스카이박스 | 머니볼 | 광고의  자리 | 상업주의의 문제는 무엇일까? | 시정 마케팅 | 스카이박스화

 

P37

항공기 우선 탑승권, 놀이기구 우선 탑승권, 급행차로(카풀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 암거래, 전담 의사 제도 

 

전담 진료는 베이징 병원의 특별 진료 예약 창구나 예약권 암표 판매와는 확실히 다르다. 미국에서 전담 의사를 둘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대개는 다른 의사에게 괜찮은 일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베이징에서 암표를 살 만한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진료를 받기 위해 며칠 밤낮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두 시스템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부유한 사람에게는 새치기를 허용해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새치기는 보카 레이튼보다 베이징에서 더욱 뻔뻔하게 이루어진다. 차이가 발생하는 유일한 이유는, 전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약속시간에 나타났을 때는 연회비를 납부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줄서기가 이미 끝난 후이기 때문이다. 

공항과 놀이공원, 의회 복도와 병원 대기실에서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

 

특정 재화를 시장논리로 분배할지 줄서기로 분배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분배할지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재화인지, 어떻게 가치를 매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요세미티 야영장의 암표 거래에 대한 반박은 첫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국립공원을 감상하고 야영하는 권리는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P71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 보상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아기들이 마약 중독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아기들 중 일부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출생하고, 또 상당히 많은 아기가 학대나 방임으로 고통받는다. 자선단체 프로젝트프리벤션의 설립자, 바버라 해리스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장기반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약 중독 여성이 불임시술을 받거나 장기간 피임하면 현금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리스는 마약에 중독된 여성들이 프로그램에서 받은 현금으로 주로 마약을 다시 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은 눈앞에 놓인 선택사항에 대해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 하고 자신에게 최대의 행복이나 효용을 안겨주리라 생각되는 것을 선택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다. 

 

P98

어린이집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이따금 부모들이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었다. 교사는 퇴근하지 못하고 부모들이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어린이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아이들은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 금전적 지불 방법을 도입한 것이 규범을 바꾼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부모들은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P120

바다코끼리 사냥권리

1928년 캐나다는 4500년 동안 바다코끼리 사냥을 생계수단으로 삼았던 이누이트 사냥꾼을 제외하고는 바다코끼리 사냥을 전면 금지했다. 1990년대 이누이트 지도자들이 캐나다 정부와 접촉해서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자신들에게 할당된 수의 바다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릴르 사냥꾼들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더라도 죽는 바다코끼리의 수는 같을 것이니 말이다. 할당량이 정해져 있기만 하다면, 시장논리는 사냥 허가증의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전체 행복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손해를 입는 사람 없이, 행위에 가담한 당사자들은 이익을 얻는다. 

 

제시간에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것이 교사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한 도덕적 의무로 여겨졌지만, 이제 부모들은 이를 시장논리로 이해해서 어린이집에 늦게 도착해도 아이를 좀 더 오랫동안 맡길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교사에게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센티브의 의도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P136

노벨상, 아메리칸리그 MVP상, 아카데미상

수집가들이 조각상을 살 수 있든, 없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돈 주고 사는 것은 실제로 상을 받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매매, 장기매매, 대리사과서비스, 결혼식축사판매

일류 대학교의 입학허가를 사고파는 문제

 

사람들은 여성이 강요를 당하든 당하지 않든,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근거로 매춘에 반대한다. 가치훼손에 관한 반박은 자발적 동의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가난이 없는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스스로 매춘을 자유롭게 선택한 고급 매춘부의 경우에도 매춘 자체를 비난한다. 

 

P160

스위스 핵폐기장

2100명의 볼펜쉬션이라는 작은 산악마을이 거론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민적 의무감이 핵 폐기장 유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누른 것이다. 

의회가 당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핵 폐기장을 건립하겠다고 발의하고 각 주민에게 매년 보상금을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안건에 찬성하겠는가?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재정적 유인책을 추가하자 핵 폐기장 건립에 찬성하는 비율은 51%에서 25%로 절반가량 떨어진 것이다. 

연구를 수행했던 두 경제학자 브루노 프레이(Bruno S. Frey)와 펠릭스 오베르 홀저기(Felix Oberholzer-Gee)는 공공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포함한 도덕적 사고 때문에 가격효과는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마을 사람들에게 핵 폐기장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는 공공정신, 즉 국가 전체가 핵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 폐기물이 어딘가에는 묻혀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렇듯 시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분위기에서 마을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는 찬성표를 얻기 위한 뇌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금전적 제안을 거절했던 주민의 83%는 자신들은 뇌물에 매수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공원, 도서관, 학교 시설 개선, 시민 문화회관,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 같은 형태의 보상을 금전적 지급보다 훨씬 기꺼이 수용한다. 

현금으로 보상 받고 그것이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언제라도 거주민끼리 돈을 모아 시민 공원, 도서관, 놀이터 등을 짓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혹은 개인적인 소비에 돈을 쓰겠다고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로는 시민의 희생이 가진 의미를 놓친다. 대중에게 미치는 손해와 불편에 대한 보상으로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현금보다 공공재가 적합하다. 

쓰레기 매립지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주민에게 지불하는 보상금은 자칫 지역사회의 훼손을 묵인하는 데 대한 뇌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건립한 도서관, 놀이터, 학교 등은 공동체를 강화하고 공공정신을 존중함으로써 시민의 희생을 동일한 가치로 보상한다. 

 

P166

연구자들은 금전적 인센티브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보편적인 가정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결국 보상금 10%를 받은 그룹이 1%만 받은 그룹보다 기부금을 더 많이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어째서 보상금을 받은 두 그룹이 보상금을 전혀 받지 않고 봉사한 그룹보다 실적이 좋지 않는가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좋은 행동을 한 대가로 보상금을 주는 것이 그 행동을 특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방문하여 자선기금을 모으는 행위의성격이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보상금을 벌기 위한 수단쪽으로 기울었다. 재정적 인센티브가 공공전신에서 우러난 활동을 보상받기 위한 노동으로 바꾼 것이다. 

 

혈액과 혈액 기증의 상품화는 이타주의 표현을 억누르고 공동체 감각을 잠식한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 

 

P235

요즘은 선수가 홈으로 슬라이딩하는 것도 기업이 후원한다. 뉴욕생명보험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10군데와 계약을 맺어 선수가 안전하게 베이스로 슬라이딩할 때마다 기업 광고가 나오게 했다. 

아나운서는 반드시 "세이프입니다. 안전하게 들어왔습니다. 뉴욕생명"이라고 말해야 한다. 

 

광고판이 된 이마

지하철역 명명권

순찰차와 소화전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P321

공동체적 가치가 개인의 동의와 무관하게 강요될 수 있으며 개인적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다는 점에서 옳음을 강조하는 전통에 닿아 있다. 

파이를 앞에 둔 배고픈 두 사람이 엄마와 아들이라고 생각해보자. 엄가가 파이를 자를 때 공정하게 둘로 나눌가 아니면 아이에게 더 먹이려는 모성애로 한쪽을 더 크게 자를까? 엄마가 생각하는 공정성과 무연고적 자아인 두 사람이 생각하는 공정성이 과연 동일할까?

 

좋은 것이 선한 것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작가 마이크샌덜의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에서 답은 주지 않으면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물음에 대해 우리는 쉽게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 가지 사례로 쿠팡의 새벽 배송이 있다. 시장 논리로 새벽배송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있고, 새벽에 배송을 하고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로 인해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도덕의 잣대로 금지가 가능한가? 건강의 잣대로 금지가 가능한가? 돈이 없으면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는데, 돈을 벌다 보면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다른 사례로 한강불꽃놀이 대리 줄서기 알바가 있다. 누구에게나 무료인 불꽃놀이를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서는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누구는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구는 돈을 투자해서 시간을 투자할 다른 이를 구한다. 성공한 사람들, 사업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로 자신을 시간을 아끼는 것이 바로 성공의 법칙이라 하는데, 왜 사람 사람의 시간을 사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인가?

 

좋은 것은 선한 것인가? 선한 것은 좋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