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은 책들/2016년 읽은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6.10.11)
무의식 속에 남아
2025. 9. 3. 07:23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작품에는 욕심 많고 음탕한 아버지 표도르, 야성적 정열이 넘치는 장남 미챠(드미트리), 허무주의에 젖은 무신론자 이반, 훌륭한 장로 조시마에게 감동한 알료샤, 표도르와 정신 이상인 거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스메르쟈코프등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미챠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배심원들이 유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범인은 간질 환자 스메르쟈코프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독특하고 개성이 강하다. 선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악랄하고 음탕하거나 무능하며 위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스스로를 어릿광대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물욕 덩어리인 아버지 표도르는 어린이들이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다. 미챠, 이반과 더불어 재산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렇지만 아들을 끝없이 의심하고 헐뜯으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추악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 더한 것은 젊고 아름답지만 천박하고 나쁜 소문을 누더기처럼 걸치고 사는 술집 여자 그루센카를 사이에 두고 아들과 벌이는 사랑 싸움이다. 그러나 우리 어린이들은 표도르를 단순히 아버지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작품 속의 그는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의 악인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이다. 한편 미챠의 재판에서 피의자가 아무리 무죄를 주장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오로지 범인으로 확정짓기에만 몰두하는 검사의 수사 태도는 독자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검사는 권력을 상징하며,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 또한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부조리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우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닮은데와 다른 면을 가지고 서로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문제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