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2016.07.18)
찰스 스트릭랜드 - 영국에서 프랑스로 떠나 화가로 살겠다고 부인과 아이를 버리고 떠난다.
에이미 - 스트릭랜드 부인
매탠드루 대령 - 에이미의 형부
더크 스트루브 - 주인공과 처음 로마에서 만난 친구, 네덜란드 사람. 스트릭랜드가 아플때 자기 집으로 데려와 돌봐 주다가 스트릭랜드와 자기 부인이 사랑에 빠지게 되어, 집을 내어주고 나온다.
블렌치 - 더크스트루브 부인, 로마 귀족의 가정교사로 일하다가 귀족 아들의 아이를 임신, 쫓겨나 자살을 하려다가 스트루브가 나타나 둘이 결혼. 스트릭랜드를 집으로 데려와 같이 돌보다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자살하고 만다.
인간이란 힘을 좋아하게 마련이죠. 그리고 그 힘 가운데서도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켜, 동정이나 전율의 감정을 갖게 하는 것만큼 신기한 힘은 아마 없을걸요.
삶이란 결국 냉혹한 것이지, 왜 태어나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겸손해야 돼. 고요한 생활의 아름다움을 알아야지.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야만 하는 거야. 그리고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고, 그들의 무지가 우리들의 자식 모두보다 더 귀중한 거야. 그들처럼 가만히 자기가 속한 구석에서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순하고 얌전히 있어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인생의 지혜라는 거지.
지금은 견디지 못할 것같이 생각되는 슬픔일지라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차츰 사라져 버릴 것이다. 자비로운 망각이 그를 도와 다시 한번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서게끔 할 것을 나는 염원했다.
그는 막벌이꾼들보다도 가난하게 살았다. 그 대신 일에는 훨씬 더 열심이었다. 대개의 인간들이 생활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 그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금전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그러니만큼 여느 사람 같으면 적당히 타협하고 마는 그러한 유혹에 조금도 굴복하지 않고 지탱해 나갔다고 해서 그를 칭찬할 필요는 없다. 그는 파리에 살면서 황야에 사는 은둔자보다 더 고독하게 지냈다.
그는 스스로 지향하는 것에다 자기의 온 심정을 다 쏟았다. 그리고 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희생시킨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남까지도 희생시켰다. 요컨대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웬만한 사람들 같으면 벌써 정해진 생활의 궤도 위에 편안하게 정착해 버리고 말았을 마흔일곱이란 나이에, 그가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했다는 것이 나는 좋았다.
남이야 뭐라고 생각하건 상관없었어. 내가 그런 짓을 했다기보다도, 내 속에 있는 좀 더 힘센 무엇이 그렇게 시킨 것이지. -영국의 외과의사를 버리고 알렉산드리아에 검역 의사를 하는 아브라함
그러나 정말 아브라함이 자기 인생을 망쳤을까? 정말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하고, 자기가 만족하는 상황에서 마음 편히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것일까? 그렇다면 연 수입 1만 파운드에 미인 아내를 얻어 유명한 외과의사 행세를 하는 것을 반드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따져 보면 그것은 인생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또 사회라든가 개인의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과, 인간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이 결정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줄거리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한 후 스트릭랜드 부인을 만납니다. 그녀는 문학에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문인들과 사귀기를 좋아하는 사교적인 여성이고, 런던의 증권 거래소 중개인인 남편 스트릭랜드와의 사이에 16세 된 아들과 14세 된 딸을 가진 현모양처입니다. 남편은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속물적인, 경제적 안정과 단란한 가정에 절대적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인물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릭랜드가 가족을 버리고 프랑스 파리로 떠나 버립니다. 모두들 그가 어떤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도망간 거라고 생각했지요. 스트릭랜드 부인은 나를 찾아와서 남편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모든 걸 용서할 거라면서 그를 대신 좀 만나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나가 파리로 찾아가 보니 그는 초라한 호텔에 혼자 머물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직장과 가정을 팽개친 것이었습니다. 그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오히려 오랫동안 남편 노릇을 해줬으니 이제는 혼자 살아가라는 말을 해 달라고 했지요. 나에게서 그의 말을 전해 들은 부인은, 여자와 일시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은 용서 할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제까지의 인생을 버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후 파리에서 나가 본 스트릭랜드의 행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리에서 그림에 전념하던 스트릭랜드는 굶주림과 병으로 쓰러지고 마는데, 이때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아끼던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스트루브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핍니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스트루브를 상업적인 그림이나 그리는 속물이자 저급한 화가라고 멸시하지요. 더구나 남편인 스트루브의 뜻에 따라 그를 간호하던 블랜치는 스트릭랜드와 사랑에 빠져 스트루브의 곁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스트루브는 아내의 마음을 돌려 보려 애쓰다 실패하자 그들을 자기 집에 살게 하고 자신이 떠납니다. 그는 다른 곳에 머물며 블랜치가 자신에게 돌아오길 기다리지요.
그러나 결국 블랜치는 스트릭랜드에게 버림받고 음독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림을 위해 가정을 팽개쳤던 스트릭랜드가 그녀에게 매어 있을 리 없었던 거지요. 스트루브는 아내의 죽을에 슬퍼하지만 스트릭랜드가 그린 블랜치의 누드화에 담긴 천재성에 감탄하며, 그에게 자신과 함께 네덜란드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이를 거절하고 마르세유로 가서 부랑자 같은 생활을 하다가 타이티 섬으로 떠나 버리지요.
이후 나는 스트릭랜드의 소식을 알지 못하고, 스트릭랜드가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 걸작으로 평가되면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타히티를 방문한 나는 호텔 여주인과 의사 쿠트라에게서 스트릭랜드의 행적을 전해 듣습니다. 아타라는 원주민 처녀와 외딴 농가에 함께 살면서 그림에 전념하던 그는 나병에 걸려 시력을 잃는데, 실명 이후에도 화실로 삼았던 농가의 사방 벽에 최후의 걸작인 벽화를 그렸으며, 유언에 따라 아타가 그 오두막을 불태웠다는 거죠.
나는 영국으로 돌아와 스트릭랜드 부인에게 남편의 뒷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된 남편이 자신과의 결혼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알리는 데만 열을 올립니다.
작품해설
인상주의 화가 고객의 삶과 스트릭랜드
세잔, 고흐, 고갱은 후기 안상주의의 3대 화가로 일컬어지는데, 고갱은 증권 거래소의 중개인으로 일하다가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화가의 길에 들었고, 1886년에서 1890년에까지 프랑스에 머물렀으며, 이후에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가서 원시적 토속의 세계를 그림에 담았지요.
달과 6펜스에서 예술은 문명사회의 모든 규범과 도덕에서 해방되어 원시적 본능의 세계에 속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6펜스는 당시 영국에서 사용되던 동전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을 우리나라식으로 바꾸자면 달과 10원 정도가 되겠지요. 서머싯 몸은 이런 상징적 제목을 통해서, 예술이라는 숭고한 목표(달)에 비할 때 경제적 안정, 행복한 가정, 사랑과 우정, 윤리와 예의 따위(6펜스)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정말 이런 것들이 하찮은 것일까요? 위대한 예술은 반드시 그렇게 광기와 충동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 그리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취해야 하는 목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