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두번째 스무살을 준비하다(2016.03.23)
수많은 중년들이 자신들의 욕망과 현실이 일치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절대 도와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길을 헤매더라도 절대 물어보지 않고, 몰라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잘못했어도 절대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다.
참을 수 없는 중년의 무거움
무거움은 가벼워지고 싶은 욕망의 무게다. 언제부터인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삶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성과를 통해 보여 주려 한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 능력이 감소되거나 상실되어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면 깊은 절망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나 아침에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것 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다. - 칼 융(심리학자)
일이 없으면 경제적 궁핍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소외된다. 무엇보다 영혼이 게을러지고 부패할 수 있다. 일이 없다면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에 빠져 있으면 적어도 죽음이나 다른 여타의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매일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것, 성과를 측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 조직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승진 인사에서 상대를 물리쳐야 하는 것, 가끔은 상사에게 아부의 말을 하는 것, 거래처의 부당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 동료들과 소주 한잔하는 것, 결국 이런 일들이 당신을 살아가게 만든다. 작지만 진정한 삶의 이유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 알베르 카뮈
당신의 일이 곧 당신이다. 일은 당신의 삶을, 목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권태롭거나 부패하지 않는다.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미래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즐거움으로 꾸며진다.
성과 주체로서의 중년은 피로하다.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고, 동기 부여를 끌어내야 하고, 목표 이상의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 성과를 향한 압박은 번아웃증후군과 우울증을 초래한다.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우울증은 일과 능력의 차이에서 생기는 자기와의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지면 낙오자가 된다.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능력의 편차가 벌어질수록 회복은 더욱 어렵다.
세상을 바꿔 보자고 한 목소리를 냈던 그때의 청춘들은 어디에선가 무엇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탈모와 은퇴를 걱정하는 중년이 되었다.
빅토르 위고가 말한 청춘의 노년기, 노년의 청춘기란 40, 50대 중년층을 의미한다.
결혼은 사랑의 실패라고 했지만, 사실 사랑에 실패란 없다. 무엇이 실패고, 무엇이 성공이란 말인가. 사랑했던 순간 자체로 사랑은 완전하다.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사랑 자체가 전부이다. 문제는 결혼 후에도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실패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을 아내를 사랑하는가. 머뭇거린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 있게 말한다면 뭔가 찔리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남편이나 아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려 한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말자. 다른 대상과 비교하지 말자. 그것은 100퍼센트 실망으로 이어진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 아니라 "불같은 유혹에 뛰어들고 싶은 시기가 중년이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지금껏 치른 고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일탈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때가 바로 중년이다.
아내가 싫어서 다른 여자를 만난 게 아니라고, 아내와는 별개로 삶의 다른 출구가 필요했다고, 그래서 다른 여자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남자들의 거짓말이 눈빛에서 다 들통나는 것은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된 진화 프로그램의 결과다. 그러니 중년 남성들이여 그대가 하느님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누라를 속일 수는 없다.
남자와 여자의 거리는 이승과 저승만큼이나 멀다.
이해하려 들지 말고, 분석하려 하지 말고, 바꾸려고 하지 말자. 이럴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과 완전한 합일을 이루어야 승리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운명은 공처럼 둥근 것이어서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편이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공이 상징하는 구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 당신의 인생의 종료 휘슬은 울리지 않았으므로.
외로움은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발생한다. 울프 포샤르트는 묻는다. 외로운 사람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일까, 직장에서 성공하면 외로워지는 것일까.
조직의 학사, 석사, 박사 위에 더 높은 학위가 밥사, 술사, 감사, 봉사다. 밥사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해 기꺼이 밥 한 끼 사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술사는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들어주며 술 한잔 사 주는 사람이다. 감사는 욕망에 이끌리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매사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끝으로 봉사는 가진 것을 남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꺼이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많은 범주들을 몇 개의 가지로 요약하면 경쟁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볼 수 있다.
헤르만 에만에 따르면 중년의 위기의 배후에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는데, 그중 세 가지 두려움이 가장 큰 고통이다.
첫 번째 문제는 능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 번째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속수무책의 상황에 봉착하여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세 번째 문제는 육체적인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미리 가불해서 쓰지 말자. 또한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자. 별것도 아닌 일에 분노하고 폭언하는 것은 100퍼센트 손해 보는 장사다.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면 인간은 돈을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돈의 하녀가 된다. 돈을 지키고 모시고 더 불리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시간을 탕진한다. 돈에 대한 지나친 소유욕이 나 아닌 나, 나 없는 나로 살아가게 만든다.
철학자 베이컨은 돈은 최고의 종인 동시에 최악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빅 픽처]의 벤은 물질적인 안정 속에서 꿈을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여자는 남자를 종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데 반해, 남자는 다른 일에 몰두하면 여자를 거의 잊는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오해는 거기서 시작된다.
언젠가 인터넷 신문 기사에서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없는 것을 연령대별로 써 놓은 글을 보았다. 대한민국 10대는 답이 없고, 20대는 일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내가 없고 50대는 돈이 없고, 60대는 낙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니체의 말이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 당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도 한때 꿈이 있었다. 꿈을 이루었다면 다행이지만 이루지 못했다면 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업무상의 책임이나 자동차 접촉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면서 왜 당신의 꿈은 책임지지 않는가. 당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밤이 가면 아침이 올 것이고, 하루가 가면 당연히 내일이 온다고 믿는다. 시간의 연속성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가.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값지게 살아야 한다. 자유란 이런 토대 위에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이다. 오늘 당신은 세상의 모래톱에서 어떤 보물들을 주웠는가
지나온 과거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보자. 시험에 합격했을 때 승진했을 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한일전 축구에서 우리가 이겼을 때 아니다. 아닐 것이다. 사랑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때이다. 숨이 막힐 듯, 심장이 멎을 듯 죽어도 좋을 만큼 사랑할 때였을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뜨겁게
중년에는 이런 잡동사니에 대한 집착으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 가뜩이나 머릿속, 마음속이 복잡한데 주변 환경이라도 단순해야 하지 않을까, 잡동사니가 발목을 잡고 있는 순간, 정작 누려야 할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
베풀 줄 아는 사람은 풍요의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결핍을 품고 있다.
불필요한 걱정은 하루에도 수없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쏟아진다. 이런 생각들은 긍정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감정 소모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이 하루에 생산하는 걱정거리의 목록을 적어 보자. 실제로 일어난 일은 거의 없다.
삶의 질곡을 겪으며 받은 상처와 외로움이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시골과 도시가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도심이든 시골이든 자신이 원하는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중년들이여, 그동안 부조화 속에 당신을 방치한 채 살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과 화해하지 않겠는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 보지 않겠는가
여행은 그런 것이다.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을 중요시 하는 여행자는 평소에 몰랐던 새로운 자신과 만나게 된다. 경이로움의 실체는 웅장한 건축물이 아니라 전율에 휩싸인 여행자 자신이다.
중년들은 낯선 세상에 곧잘 두려움을 느낀다. 여행이란 원래 두려운 것이다. 두렵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다.
여행을 귀중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중년에 서재가 필요한 까닭
서재는 서재 주인의 학문과 사상, 탐독, 사유, 고독이 활동하는 매우 특별한 장소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은 생명 보험이며, 불사를 위한 약간의 선금이라고 말했다.
한 달 술값의 반의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세상의 위인들을 만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밥을 먹는 것과 같고 숨 쉬는 것과 같고 바람 같고 햇살 같은 거야. 한정원 - 지식인의 서재
시간이 없는 이유는 그만큼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목표에 맞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과 정신으로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강한 자가 빠른 자이고, 빠른 자가 승자이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인가?
속도를 줄이는 것만으로 사물의 존재를 탈바꿈시키지는 못한다. 진짜 문제는 지속되는 것
초고속의 문명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느림은 두려울 수 있다. 성공의 영역으로 편입되지 못한 루저의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다. 속도에 매몰될수록 내면의 소리는 듣지 못한다.
중년, 꿈꾸기에 아직 늦지 않은 나이
남자는 고래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권력자, 모든 바다 생물들의 왕, 거대하고 웅장한 힘과 유연함, 지혜를 고루 갖춘 고래처럼 세상을 살아야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울어서도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남한테 져서도 안 된다고.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용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불씨를 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야 한다.
중년인 당신을 가르치거나 다그치거나 바꾸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 그래 봐야 소용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중년이라는 골든 타임은 후회 없이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